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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의 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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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2
네모
에스겔의 환상에서 보여 주신 성전은 결국 이 땅에 지으실 성전이 아니었으나 그토록 자세히 설명해 주신 것은 우리들의 영혼에, 미래에 각인하시기 위한 것이라서 구체적이고 뚜렷한 방법과 모양으로 우리 각자의 성전과 성소를 설계해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그 환상에서 문득 내게 다가온 것은 네모반듯함이었다. 원이나 구체를 완벽에 가까운 도형이라 배워왔으며 그 것에 대해 큰 이견을 가지지 않았으나 문득, 그것은 이방의 역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나 원불교, 힌두교 등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내세사상의 상징이 원이 아니던가. 물론 하나님의 작품인 우주에는 구체가 다수이지만 성경에서 하나님은 성결한 구분을 하실 때마다 네모반듯함을 선택하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어쩌면 영적으로 가장 완벽한 도형은 네모가 아닐까.
만남
주님의 사랑을 만남으로서 구속과 평안과 치유를 얻게 되는 것이므로 만남에 대한 추구를 하게 되었고 그 정점이 바로 십자가라 본다. 우리가 주님과 만나고 그 사랑을 전하기 위해 이웃과 만나고 그 아름다운 만남의 흔적들을 주제로 작업하곤 한다.
선과 면들이 겹쳐지며 서로 만나는 것을 영접의 의미로 표현해보는 과정인데 퍼즐처럼 나열될 수도 있고 직물처럼 짜여질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인의 정서로는 후자가 더 근접하다고 생각한다.
직물의 날실과 씨실처럼 서로 얽히고 짜여지면서 서로에게 자리를 내어 주어야만 천이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만남이 영감있는 만남이 되자면 서로의 희생과 참음과 인내가 필요한 것처럼 하나의 선과 면이 서로 중첩되면서 드러난 색과 형태가 자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다른 색과 형을 포함하여 드러내 주어야만 감동적인 아름다움을 일구어 낼 수 있다.
사랑은 타인을 위해 나를 비우는 일이다. 영접하기 위해서다.
함께 할 자리를 내어 주고, 받는 동안 되는 대로 질서도 없이 얽힌 듯, 함께 아름다운 삶을 엮어가지 않는가. 조금씩 비집어 내어 준 자리가 틈새에 끼어 불편하다가도 어느덧 넉넉한 품새가 되는 법이다.
▲만남--평안
▲만남--가정
rest-그 밖의 것/ 휴식
무슨 일을 하든지 어떤 방법으로든지, 언제나 주인공을 찾고자 했다. 무대보다는 배우의 표정, 몸짓, 대사에 심취했으며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대처하는 일에 온통 마음을 쏟아왔다. 일하지 않는 동안은 낭비된 시간이며 일하는 것이 삶의 참의미라고 여겨왔을 따름이다. 그 밖의 것에는 관심도 의무도 책임도 없다고 생각해왔다. 나머지라면 버려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운명이었다. 중요한 것, 가치 있는 것이라는 의미가 부여된 그 것을 바라보며 그 길로만 향해 왔다. 어느 순간 뒤 돌아보기 전 까지는 그랬다. 그 밖의 것을 보게 된 것은 그 때부터였다.
도려내고 남은, 잔치가 끝난 후, 해가 지고 다시 뜨기 전, 막을 내린 무대.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그런 뒤안길에는 오래 머물면 안 되는 거였다. 하지만 그 곳에도 아름다운 것이 존재한다. 밝은 곳에서 갑자기 어두운 곳으로 들어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 어두운 곳에서도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넉넉함, 비교되지 않는 역할이 있다. 같지만 다른 단조롭고 무의미한 조각들이 존재자체로 빛을 내는 세계. 치열한 삶 끝에 얻는 긴 휴식처럼.
하나님께 우리의 내면을 다 드러내고 난 비워진 자아,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나를 인도하던 영감, 또는 세속화 되지 않는 절대 양심 등은 속된 삶에서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마르지 않는 생수처럼 우리를 소생케 하고 있다. 그 곳에서 우리의 진정한 안식과 평강과 지치지 않는 능력이 생성된다는 생각으로 그 나머지, 여백, 휴식 등을 형상화 해 본다.
▲rest-1
▲rest-3
어느 달리기 메달리스트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달리는 것이므로 결과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긋고 지우고 덧칠하기를 수년 동안 해오면서 그 달리기 선수의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광야 같은 삶에서 불과 구름기둥으로 인도하시는 주님을 만나기 위하여 오늘도 빈 화면을 바라본다.
홍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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